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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재활원 "홍찬호" 공익요원 체험수기(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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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밀알재활원 작성일12-12-06 11:51 조회6,0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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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우와 가족, 서로 다른 말의 동일한 가치 -
 
 
 

                                                                                   밀알재활원 홍 찬 호
 
 
 
『 육군 현역으로 군복무를 하던 중 청력이 손실되는 증상을 얻게 되고 군 생활에 지장이 심해 더 이상 군복무를 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고 공익근무요원으로 신분이 변경되어 조금은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 한 청년의 이야기. 6개월의 현역생활이 허락해 준 소중한 경험과 2개월의 공익근무 경험담, 그리고 남은 1년간의 공익근무생활에 대한 각오를 수기로 엮어 내보이려 한다. 아직 경험한 것 보다 경험할 것이 더 많은 20대 청년이 가장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앞으로의 생활을 보다 더 열심히 해 나가리라는 다짐을 용기 내어 적었으니 재미있게 읽어 주었으면 한다. 』
 
165일간의 중한 병영일
2012년 2월 7일 대한민국 청년이라면 누구나 가야하는 군대를 나도 현역으로 입하게 되었고 8주간의 신병교육훈련 후 집과 불과 30여분 떨어진 곳으로 자대배치를 받게 되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달라는 기도를 매일매일 했던 탓인지 정말 좋은 사람들이 가득한 부대로 배치를 받았고 그만큼 열심히 생활한 대가로 중대 간부님들과 선임병사들에게 올해 들어온 신병 중에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하루하루 힘찬 생활을 해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누구에게나 시련이 찾아오나에게도 갑자기 시련이 다가왔다. 자대에 들어간 후 첫 훈련이었던 사격훈련에서 귀를 다치고 만 것이었다. 부대 내에서도 최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대로 빨리 조치를 취해 주셨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청력은 심하게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육체적인 괴로움과 정신적인 고통을 함께 겪고 있던 어느 날 중대장님이 날 찾아오셨다. 어머니와 통화를 하고 오셨다고, 내게 할 말이 있다고 하셨다. 어머니께서 걱정을 많이 하신다고, 미래 내 이력에 조금은 피해가 있겠지만 ‘현역복무 부적합 제도’라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하셨다. 위의 제도는 현역으로 군복무를 하는 병사가 질병이나 기타 사항을 이유로 더 이상 현역으로 군복무를 이행 할 수 없을 때 이용하는 제도였다. 나도 며칠을 고민한 후 중대장님과 부모님의 뜻에 동의를 했고 그날 이후로 부대 내의 간부님들은 나에게 줄 조금은 특별한 선물준비에 들어가셨다. ‘현역복무 부적합 제도’에 관련된 서류준비와 청력손실로 인한 병원진료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7월의 어느 날 아침, 나는 대대장님께 생일 케이크를 받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동석식사에도 참석하게 되었다. 부대생활 중 생일을 맞는 병사들과 언제나 함께 식사를 하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기분이 미묘했다. 식사를 마치고 생활관으로 돌아와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던 나는 갑작스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현역복무 부적합 심의’가 처리되어 보충역으로 편입되었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그 날 저녁 생활관에서는 나를 위한 작은 생일파티가 열렸고 나는 짧지만 소중했던 경험을 하게 해준 동료들과 간부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남들과는 다른, 조금은 특별한 군 생활을 마무리 하게 되었다.
 
▪첫만남 그리고 깨달음
공익근무요원 소집대기 1달째인 2012년 8월 17일, 처음으로 공익근무요원으로써 출근을 하게 되었고 1년 6개월간의 남은 병역의무 기간 동안 나에게 주어진 임무는 사회복지시설의 운영을 지원하는 공익근무요원이었다. 처음으로 출근했던 날 나는 처음 겪는 환경과 처음 접해보는 주변 사람들에 적잖이 당황을 했었다. 그렇다. 내가 일하게 된 곳은 지적장애인의 보살핌을 주 업무로 하는 밀알재활원이었다. 평소 지적장애인들을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생활이 걱정되는 것이 우선이었다.
직원들께 인사를 먼저 드리고 앞으로 재활원 내의 사람들을 부를 때 ‘가족’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라는 간단한 교육을 받은 후 내가 생활 하게 될 중증장애인 생활관으로 이동하여 재활원에서 생활하는 가족들과 첫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참 여러 사람들만날 수 있었다. 항상 웃고 있는 사람, 항상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 말하진 못하지만 다 알아듣는 사람, 그리고 일반인 수준의 언어능력을 가진 사람 등 단순히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만 있을 것 이라는 내 생각이 빗나갔다. 강조해 말하자면 내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지적 장애인들을 그저 속칭으로 ‘바보’라고만 생각했었던 과거의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첫 출근이 금요일인 탓에 하루를 빨리 보내고 그 다음주 부터 본격적으로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장애우를 위해 봉사를 해 보았던 일이 과거 고등학생 시절 2~3회에 그쳤었기 때문에 일이 많이 서툴고 모자랐다. 경험도 적은데다가 가족들의 이름도 다 외우지 못했을 출근 첫째 주, 나는 가족들의 재활서비스 와 여름휴가를 지원하기 위해 ‘밀알 여름캠프’ 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 캠프가 나에겐 아주 커다란 경험과 깨달음을 준 캠프였다. 무뚝뚝하거나 성격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사람들, 타인들에게 그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 결함 때문에 보호자에게 의지하기만 할 것이라는 그릇된 생각, 한마디로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이러한 편견들이 그 캠프를 통해 모두 극복 되어졌다. 가족들은 천사였고, 순수했다. 너무나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능글맞다 싶을 정도로 친화력이 좋았으며 항상 미소로 사람을 대했다. 그 사람들과 한층 더 가까워 질 수 있었던 하루를 보내고 나는 앞으로 남은 공익근무생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나 또한 신체적인 결함을 이유로 군인의 생활을 이어가지 못했고 그로 인해 들었던 비관적인 생각, 예를 들어 ‘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올까 ’ 라는 그릇된 생각을 다시는 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나보다 더 많이 웃고 많이 즐겁고 많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을 보며 내게 주어진 15개월간의 공익근무생활은 하늘이 내게 값진 경험의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전우와 가족, 서로 다른 말의 동일한 가치
흔히 현역으로 군복무를 건강히 마치고 만기 제대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군대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사람’ 이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나도 비록 6개월이라는 짧은 군 생활이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내가 고통으로 인해 쓰러져 있을 때 주말마다 나와 종교생활을 함께 했던 선임은 내 옆에서 진심으로 기도를 해 주었고, 지금은 형이 되었지만 군 복무시절 내 중대장님은 내가 잠이 들었는지 매일 밤을 확인해 주셨으며, 아픈 몸으로 인해 평소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지는 않는지 신경써 주시고, 떨어져 있는 아들 걱정에 부모님이 힘들어 하실 까봐 하루가 멀다하고 연락을 직접 취해주시고 아버지의 방문까지 허락을 해 주셨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날엔 자고 있던 내 머리맡에 진심이 담긴 편지 한 장을 두고 가신 적도 있었다. 이처럼 나는 ‘인복(人福)’을 과하게 받은 사람이었다. 전역을 통보받은 날 위병소를 나서는 내 머릿속엔 후회와 아쉬움만이 가득했었다. 너무나 좋은 사람들 곁을 내 의지로 떠나야 한다는 게 너무나 싫었다. 하지만 후회와 아쉬움도 잠시, 지금 내 곁엔 또 다른 특별한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 신체적, 정신적 결함 때문에 혹은 정상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다. 나도 어렸을 땐 이러한 사람들을 쳐다보는 것조차도 두려워했었다. 눈빛이 싫었고 마주치면 겁부터 밀려왔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사람들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내게 와서 어깨를 주물러 주시는 가족, 장난치는 것을 좋아해 로봇 만화를 틀어놓고 같이 장난을 치면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가족, 출근해서 입구를 지나올 때 항상 손을 흔들며 먼저 인사해 주시는 가족, 나와 일상을 함께하는 이 사람들이 지금 내겐 가장 소중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군 복무 시절 겪었던 사람들이 내 괴로움과 슬픔 등의 감정을 공유해 주었던 힘든 순간에 함께 해 주었기에 더 고맙고 감사 하다고 느꼈었던 사람들이라면,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과는 또 다른 면에서 감사하다고 느껴진다. 내게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고 같은 사람이라면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는 새로운 생각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수기를 쓰고 있는 지금은 민족명절중 하나인 추석이다. 추석을 맞아 우리 밀알재활원 가족들도 하나둘씩 집으로 귀가하고 있어 재활원이 조용하다. 매일 시끌벅적 하게 떠들었던 가족들이 옆에 없으니 무언가 허전한 기분이 든다. 지난 일들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펼쳐질 일들 생각에 잠겨있는 지금, 보고 싶은 우리 재활원 가족들에게 편견을 극복하게 해주고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을 나에게 허락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다.
 
▪글을 마무리 지으며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흔히 얼굴이 예쁘거나 혹은 성격이 착한 사람들을 가리켜 ‘천사’ 라고 부를 때가 있다. 하지만 ‘천사’ 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우리 주변의 얼굴이 예쁘거나 성격이 착하거나 하는 사람이 아닌 세상의 편견에 맞서 싸워 당당히 이기고 재활 서비스 지원을 통해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꾸며 나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 세월의 고된 흔적과 때 묻지 않은 밝은 미소와 순수한 아이의 영혼을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들, 바로 내 옆에 있는 ‘지적장애인’ 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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